승귤입니다

책을 쓴다는 것

원래 계획을 잘 안세우는 성격이지만, 최근 3년정도는 한해의 목표를 정하고 그나마 열심히 살고 있다. (코로나로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 목표가 3가지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틈틈히 쓰고 있었는데, 이전에 책을 한번도 써본적이 없기도 하고, 귀찮은 설치법이나 기본 문법들을 설명하기가 귀찮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중급책을 써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참 어려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3장까지는 써야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페이지로 50페이지되면 보내도 될것 같다고 회사의 동료가 알려줘서 소개받은 편집자에게 1장과 2장을 작성한 샘플원고를 보냈다. 그후의 피드백이 좀 뼈때리는 부분들이 많아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게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지금까지 써놓은 것을 폐기하고 다시 써야될 판이다. (2장까지만 써서 참 다행이다?!)

받았던 피드백이 참 길었는데 간추려보면 아래 3가지이다.

  1. 예상독자를 명확히 하는 것
  2. 컨셉을 명확히 할 것
  3. 종이 책을 고려할 것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책을 출판할 만큼의 퀄리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뼈때리는 말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걸 써야지. 작가가 쓰고 싶은걸 쓰는게 아니다라는 피드백도 있었다. 좀 기분이 상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 책으로 수익을 내야하니 당연한 말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편집자가 나의 원고를 다 읽지 않고 피드백을 준것 같아서 아쉬운 면도 있었다. 그만큼 나의 샘플원고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써서 고민하며 책을 썼는데, 받은 피드백이 아주 좋지 않아서 책을 그만쓸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저런 피드백을 받았으니 개선할게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정도는 상심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그 다음주 부터는 다시 책을 처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했다. 위의 3가지를 고려하면서 중급자를 위한 책을 쓰는게 정말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파이썬에는 반복문을 설명할때 단순히 for, while 의 문법을 설명하고 넘어가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그 백그라운드로는 시퀀스 프로토콜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설명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기본적인 for 루프도 설명은 해야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분량이 늘어나고 쓸데없는 설명들이 추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법을 따로 설명하긴 해야하는데 어디 까지 해야할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중급자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쉽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그래도 고민을 해보니 조금 해결이 되었다. 파이썬 기본서의 내용을 숙지한 사람 혹은 파이썬으로 프로젝트를 한번이라도 해본사람을 대상으로 좀 더 좁히는 게 좋을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기본 문법, 파이썬 설치방법등은 스킵하고 넘어가도 된다.

컨셉을 명확히 하는 것은 책을 좀 더 많이 써야 될것 같다. 예제를 통해서 파이썬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을 쓰고 싶었는데, 예제보다는 밑바닥부터 웹서버를 만들어 본다던가 하는 좀 더 실용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쓰면서 보니 저런 것들로는 설명하고 싶었던 것을 다 담기는 또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이다.

종이책을 고려할 것에 대한 것은 그나마 고치기 쉬웠다. 사용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바꾸고 편집자와 독자를 고려한 포맷을 가져가면 되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쥬피터 노트북으로 한챕터씩 작성하고 해당 파일을 pdf로 변경했는데, 원하는 대로 페이지가 분리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보기에도 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추천을 많이들 하시는 구글독스로 변경하니 많은 부분이 해결 됐다. 다만 글을 적을 때에 코드를 복사 붙이기 해야하는 부분이 좀 귀찮았다. 또한 이미지에 캡션을 지원해주지않아서(이건 쥬피터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한땀한땀 캡션을 달아주는 부분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나마 쉬운 문제기에 하루정도 구글독스로 작성을 해보고 나니 할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을 받은 내용중 2가지에 대한 고민은 일단 다음번 피드백을 받을 정도는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컨셉을 명확히 하는 것은 좀 더 고민이 된다. 책을 읽고, 따라하면 자연스레 독자의 수준이 업되는 책을 쓰고 싶다. 그렇지만 문법을 구구절절 적어두는 재미없는 책도 싫다. 기왕 쓸거면 재밌으면서도 현업에 도움되는 책을 쓰고 싶다.

컨셉에 대한 부분이 좀 더 명확해지고 샘플원고가 내가 보기에도 좀 읽을만하면 다시 편집자님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것이다. 그때에는 좋은 피드백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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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3) made by seungkyoo